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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ELLE 2007-02] 후회하지 않아! 남다른 매력의 이한!

유쾌한 이한
언뜻 보이는 옆얼굴은 냉정하고 매끈한 피부와 오만한 생김새는 상대를 한 발짝 물러나게 한다. 지금까지 연기한 배역도 그러한데 이 모든 것이 선입견이라는 것은 그를 만난 후에야 소멸되었다. 지금 이한이 털어놓은 유쾌하고 흥미로운 균열.

 

 


<후회하지 않아> 개봉을 앞두고 아주 잠깐 만났더랬다. 조금 어려운 주제였고, 그의 연기력을 기사로 풀어내기엔 솔직히 내가 본 작품은 <굿바이 솔로> 뿐이었다. 그리하여 그저 동성애 코드라는 호기심을 자극할만한 주제, 그게 <엘르걸>과의 첫 인터뷰의 전부였다.


드라마 <연인>에서 이한을 처음 봤을 때 사실은 조금 의외였다. 우정출연인가 싶을 만큼 분량은 적었고, 이미 <굿바이 솔로>로 주연리스트에 이름을 올린 그가 새삼 건달 중의 한명인 태산이로 분할 이유는 없다고 생각했으니까. <후회하지 않아>의 주연을 들먹이지 않아도 어쨌든 납득이 가지 않는 캐스팅이었던 것만은 사실이다. 그저 남자라면 한번쯤 여자들은 알지 못하는 그 세계를 표현할만한 역할이 탐이 났다는 말로 대답을 대신했지만, 결국 작품성보다도 자신의 분량에 오감을 곤두세우는 요즘 배우들과는 차별화되는 배우답게 혹은 배우다운 작품에 대한 욕심이 그저 기특할 뿐.
(캡션) 1 베스트가 붙어 있는 셔츠. 엠므 by 손성근. 데님 팬츠. 길옴므. 블랙 체인. hr.

 

 

 


 기다리기, 친절하게 다가서기 드라마 두 편을 동시에 촬영하느라 정말로 극적으로 성사된 인터뷰. <꽃피는 봄이 오면>의 제작 발표회가 늦어지면서 우리는 꼬박 7시간을 기다려야 했고, 매니저와 무려 열 번이 넘는 전화 통화와 문자 메세지를 주고 받은 끝에 드디어 이한이 나타났다. 커다란 점퍼에 쌓여, 놀란 토끼처럼 빨간 눈을 하고는 미안해서 머리가 땅에 닿을 것 같은 모습으로 매니저보다도 먼저 달려온 것. 스타의 빈번한 지각 사태에 이미 익숙한 바, 늦는 것은 충분히 이해하지만, 막상 피곤한 채로 왔을 때의 그 불편함을 걱정했던 스태프들은 뛰어내려 온 이한을 직접 보고서야 안도의 한숨을 내쉬었다. 천성적으로 착한 그 마음 씀씀이가 전해졌기에.


블랙 수트 차림에 냉소적인 표정, 아끼고 아껴서 내뱉는 말속엔 은근한 위트가 배어있는 매력적인 캐릭터, 태산. 잘 하면 한 회에 두세 번, 어떤 날은 목소리조차 못 듣고 지나칠 때가 많지만 게시판을 들썩이게 하는 힘을 가진 <연인>의 귀여운 조폭 이한. "귀엽기만 한가요? 멋있어야 하는 역할인데.(웃음) 촬영장만 오가니까, 게다가 <꽃피는 봄이 오면>이랑 스케줄이 겹쳐서 팬들의 반응을 느끼지는 못하는 것 같아요. 사실 길거리 다녀도 잘 알아보지 못하던데. 제가 인기가 있을까요?" 피곤하면 진다는 얇은 쌍커플 라인을 그리면서 동그란 눈을 치켜 뜬다. 알고 있으면서 모르는 척이 아니라, 정말 몰라서 묻는.
(캡션) 2 나일론 점퍼. 서상영. 블랙 팬츠. 엠므 by 손성근. 화이트 조리. 김서룡 옴므.

 

 


조금은 이기적일 필요성 스물 여덟, 넉넉한 경제력을 소유하고 싶지만 그 타협의 열쇠가 작품이어서는 안 된다는 생각. 많은 작품을 하고, 대중적인 코드를 소유하는 것 보다 중요한 건 얼마나 공감하는 연기를 보이느냐. 어서 빨리 서른을 맞고 싶은 이유는 그래야 좀 더 많은 경험을 소유할 테고 그러면 좀 더 사실적인 연기를 보일 수 있을 테니까. 뭐든 연기가 먼저고, 어떤 일이든 작품이 먼저인 사람. 남들의 시선에 자신을 묶어두지도 않으며, 독특한 소재보다는 사람과 사람이 맞닿아 있는 드라마적인 스토리가 강한 영화가 좋다. ab형이지만 b형에 가깝다는 말을 더 많이 듣고, 잔정이 많은 사람들과의 부대낌을 즐긴다. 친구들을 만나도 차 한잔을 마시며 카페에서 수다 떠는 게 전부. 실제로 이야기를 나누어보면, 그냥 편한 동생 또는 오빠로 기억될 수 있는 친절한 이한씨. 캐릭터에 빠져 우울증까지 겪었던 유지안을 비워내기가 얼마나 힘들었는지 알았기에 이번엔 조금 멀리 계획을 세웠는데 <꽃봄>이 끝나면 바다가 맞닿은 해남도로 떠날 생각이다. 또 연상의 여자를 좋아하는데 능력이 되는 한은 그녀에게 최선을 다하기, 물론 지금은 솔로. 한밤이 다 되어서야 끝난 인터뷰 끝에 알아낸 그에 관한 소소한 것들은 여기까지다. 단지 덧붙여 이야기하자면 조금은 더 이기적인 여우가 될 필요가 있지 않을까, 좀 더 자신을 우선순위에 둬야 하지 않을까? 그래야 가열찬 그 곳에서 상처 받지 않을 테니까.
(캡션) 3 저지 소재의 스트라이프 롱 티셔츠. 론 커스텀.
   
 *자세한 내용은 엘르걸 본지 2007-2월호를 참고하세요!   
   
 
   
 photographed by kim yong sik
피처 에디터: 김민경
스타일링: 권은정